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1941년 5월 24일 ~ )는 미국의 인지언어학자로 개인들의 삶은 복잡한 현상을 설명할 때 이용하는 핵심적 은유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으로 널리 알려졌다.

1980년 발표된 그의 저서 <삶으로서의 은유>을 통해 소개된 은유 이론은 수많은 학문적 규율들과 정치, 문학, 철학과 수학에 대한 적용의 기초가 되었으며, 그를 정치학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1996년,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 레이코프는 보수적 유권자들이 국가현상에 “엄격한 아버지 모델”이라는 핵심적 은유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자유주의적 혹은 진보적 유권자은 이러한 복잡한 현상들에 “자상한 부모 모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미국 심리학자인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관찰력을 테스트할 거예요. 영상을 잘 보고, 공이 몇번 전달되었는지 횟수를 적어 내세요"

사이먼 교수는 실험 대상자에게 이와 같이 말하며 25초짜리 영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화면에는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학생 여섯 명이 둥글게 모여서서 농구공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 사이먼스 교수는 실험 대상자에게 물었습니다.

"고릴라를 본 사람이 있나요?"

실험 대상자의 절반정도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고릴라 같은건 없었는데요."

 

사이먼 교수는 다시 한 번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마찬가지로 절반정도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의 시선은 오로지 공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공이 몇 번 전달되었는지 횟수를 세느라 공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고릴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감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지구조는 불완전하며, 얼마든지 외부의 영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1941~ )는 이러한 인지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언어가 어떻게 인간의 생각을 형성하는지 연구한 학자입니다.

 

위 제목과 같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 말을 듣고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코끼리를 떠올랐을 겁니다.

"아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래도요!" 말의 내용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아무리 애를써도 코끼리가 머릿속에 떠오를 겁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먼저 코끼리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지 레이코프는 이것이 프레임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에서 사이먼스 교수가 "공을 보라"고 했을 때와, "고릴라가 보이는가?"라고 했을 때, 두경우에서 각각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이 달라졌습니다. 이렇듯 말에 따라 인식하는 상황, 즉 프레임이 달라집니다.


생각의 기본틀, 프레임

프레임(frame)은 '기본 틀, 뼈대'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생각의 기본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인간은 생각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프레임을 가지고 있습니다.프레임은 아이디어나 개념을 구조화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하며,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합니다.

프레임은 일상에서 쓰는 말에도 녹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여자가 인터넷 카페에서 가짜 상품을 명품이라고 속여 팔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해봅시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은 그녀를 '사기꾼'이라 하고. 어떤 기자는 신문에서 '용의자'라고 표현합니다.

사기꾼이라고 하면 이미 '사기'라는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됩니다. 반면 용의자라고 하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사람입니다. 두 말은 의미가 뚜렷하게 다릅니다. 그녀를 사기꾼이라고 하는지, 용의자라고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인식도 달라집니다. 이처럼 프레임은 말과 은유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2015년 11월, 프랑스의 파리에서 IS 무장단체가 일으킨 테러로 인해 13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전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파리 테러를 일으킨 사람들을 잔인하고 간악한 '테러리스트'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IS 무장 단체 사람들은 이들을 용감한 '전사'로 여겼습니다. 

IS 무장단체 사람들은 뜻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 수단방법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죽여도 된다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있기에 끔찍한 테러를 아무렇지 않게 일으킵니다. 이렇듯 잘못된 프레임은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무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태평양 전쟁과 대동아 전쟁 프레임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서태평양을 중심으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을 '태평양 전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군대, 언룬은 이 전쟁을 '대동아 전쟁'이라고 불릅니다. 대동아, 즉 전쟁 앞에 '커다란 동아시아'라는 말을 붙여서, 참혹한 '침략 전쟁'을 동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전쟁'이라는 프레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일왕과 정부가 만든 '대동아 전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혔습니다. 그래서 전쟁터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자살 특공대가 되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으로 날아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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