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트 뮐러, 문명의 공존

하랄트 뮐러, 문명의 공존

지난 포스팅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반대로 문명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하랄트 뮐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하랄트 뮐러는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이며, 국제정치학과 사회갈등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에 자랑하는 헤센평화 및 갈등연구소의 연구소장입니다.

194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생하여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군비축소,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등에 관심이 많으며 폭력 제한을 위한 국제규범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을 학문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드물게 우리나라 정치, 경제, 역사 등을 잘 알고 있는 지한파 학자로, 1998년 출간한 [문명의 공존]에서 '한국이 아래로부터 위로 이루어낸 민주주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루어낸 민주주의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새뮤얼 헌팅턴에 대한 비판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랄트 뮐러는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해 '문명의 공존'이라는 책을 발간합니다. 과연 어떤 면을 비판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분법적 사고

뮐러는 헝틴턴의 문명충돌론은 냉전시대의 이분법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우군은 '선', 적군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 모든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문명충돌론은 냉정시대의 이분법처럼 '이데올로기'의 자리에 '문명'이, '자유세계 VS 공산권' 대신에 '서구 문명 VS 비서구 문명'의 대치로 바뀌었을 뿐이며, 패권주의의 야욕에 사로잡힌 미국 정부의 논리를 대변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아테네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명 높은 도둑이 있었습니다. 그는 나그네가 지나가면 집안으로 불러 들여 침대에 눕힌 다음, 키가 침대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짧으면 늘여서 죽였다는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인류의 공존 가능성 부정

문명충돌론은 한 문명이 다른 문명과 교류하면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 사회에 주류문화와 비주류문화가 공존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부정합니다. 다른 문명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문명 간의 분쟁과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인류 공존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지나친 단순화

뮐러는 헌팅턴이 복잡하게 얽힌 세계질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한 기본가설로 복잡한 현실을 명쾌하게 설명하려는 바람에 중요하고 다양한 변수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국가주의가 문제다

뮐러에 의하면, 세계사적 충돌과 대립은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국가, 계급, 인종, 민종 등 다양한 요인 때문입니다. 특히 21세기에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국가주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에서 자행된 유대인 학살은 기독교 문명권과 유대 문명권의 충돌이 아니라, 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서 비롯된 충격과 막대한 전쟁보상금 지불에 짓눌린 독일 국민들이 국가사회주의 자들에게 선동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즉 현재 세계사적 충돌과 대립은 '국가 간 충돌'이 빚어낸 결과이고, 여기에 문명, 인종, 사회계급 등 다양한 요소가 중첩적으로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뮐러의 대안, 분쟁을 어떻게 막을까?

뮐러는 문명이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탐색하며, 위기를 겪고 있는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은 문명이 아니라 바로 '국가, 민족, 인종, 계급' 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21세기 세계 정치는 '문명의 공존' 그리고 '개방'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존'이란 조화나 변증법적 종합의 전제이다. 공존을 원한다면 나와는 다른 낯선 상대방의 존재와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며 주도권을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고, 국경을 초월한 통신이 발달하며, 다국적기업과 NGO 등 비정부기구의 역할 등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전지구화는 한 문명이 다른 문명과 단절된 채 대립 정책을 펼 수 없도록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높임으로써 문명 간의 대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뮐러가 말하길

강자가 먼저 약자에게 다가가야한다. 이것이 오늘날 서구에게 요구되는 바이며, 세계의 협력은 '중국의 도전'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에 달린 문제라기보다는 서구사회에 달린 문제이다.

뮐러는 여전히 서구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지만, 문화 상대주의적인 태도로 다른 문명을 이해하고 공존을 꾀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는 서구 문명이 다른 문명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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